한 세기 가까운 시간의 결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RTO는,
과거 서울역의 수화물 보관소이자 미군 장병 안내소였던 공간이에요.
지금은 문화예술을 담는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해, 여전히 그 시간을 품은 채 관객을 맞이하고 있어요.
RTO 공간에서 펼쳐진 사이공간 실험
『RTO 공간탐구』는 이 독특한 공간을 다시 바라보고, 새롭게 체험해보는 참여형 예술 프로젝트입니다.
프로젝트는 관람객의 성향을 네 가지 유형 — ‘휴식을 즐기는 여행자’, ‘호기심 많은 모험가’, ‘시공간을 여행하는 탐험가’, ‘놀이를 즐기는 예술가’ — 으로 나누고, 각각의 특징이 반영된 스폿들을 사이공간으로 구성했어요.
단순히 작품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관객 스스로 이 공간을 어떻게 특별하게 경험할 수 있을지를 탐색하게 만드는 방식이었죠.
전시는 열린 구조로 구성되어 있어, 누구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RTO를 탐험하고 새로운 제안을 해볼 수 있었고요.
이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기 위해 별도의 워크숍도 함께 진행했습니다. 참여자들은 전시를 감상하고, 기존 작업을 따라 해보는 것에서부터 스스로 재창조하는 실험까지, 다양한 시도들을 펼쳐보았어요.
예를 들면, RTO 중앙에는 지금은 사라진, 그러나 그 흔적만이 남아 있는 기둥 자리가 있어요.
이 흔적을 따라 천천히 거닐며, 공간 속에 남겨진 시간의 잔상과 자신 안에 남은 ‘사라진 무언가’를 연결해보는 체험을 제안했어요.
이에 한 참여자는 사람들의 기억이나 감정을 긴 실에 매달아, 보이지 않던 기둥을 시각적으로 되살려내는 설치 작업을 덧붙여 제안하기도 했어요.
이처럼 『RTO 공간탐구』는 관람자와 창작자의 경계를 흐리며, 관람자의 적극적인 개입 자체를 예술 창작의 일부로 품어냅니다.
넘나들이 아트랩은 그런 ‘사이공간’의 실험을 통해, 예술을 함께 만드는 경험을 우리 모두에게 열어두고 있어요.